지쳐 쉬고 싶을 때
엄원용
어느 땐가 꿈속에서 본
산 언덕에 세워진 아주 작은 집
톱으로 자르고 망치로 두드려 만든 집
온갖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통나무 집
책이나 여 나무 권 꽂혀 있는 집
책을 읽다가 그것도 문득 싫증이 나면
집 앞으로 나가 마련한 작은 벤치에 앉아
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 바라보고
바다는 나를 지켜보고
우리는 아직 다 주고 받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고
작은 일렁임과, 파도소리와, 갈매기 소리까지
그리고 성난 그 모든 것들을 조용히 잠재우는 바다
내 작은 삶 속에서 저 넉넉한 푸른 바다를 배우고,
아직도 꽉 막힌 마음과 삭일 줄 모르는 번뇌의 물결
이 애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저 바다만큼 넓게 여는
그리고 겸허의 마음을 배우고 싶다.
그러다가 또 싫증이 나면
또 어느 날 꿈속에서 본
산과 산 그 골짝에 작은 연기를 피우고
내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세상 물정을 모르는
정말 바보 같은 사람과 마주 앉아
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나 나누다가
그러다가 하얀 눈이라도 내리면
산과 산 온 세상은 흰 눈으로 뒤덮어주기를 바라고
그 눈 속에서 밤의 정적이 나를 잠재우면
내가 지은 작은 집 그 집에서
나는 또 신화 같은 산의 이야기.
산처럼 묵직하고 고요한 정적 속에 찾아오는 평화
그 은밀 중에 순수한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
2008. 3. 2