장에 가는 길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엄원용

아버지와 함께 장에 간 일이 있었다.

의평리에서 옥계를 지나

광천 장까지는 고개를 서너 개를 넘어야 했다.

한 고개를 넘고 나서

다리가 아프다고 그 자리에 서 있으면

아버지는 이내 내 손을 잡아끌고

고개를 몇 개 더 넘어야 장터가 보인다고 하셨다.

울며 따라 나선 장터길

내 인생도 그 고갯길처럼 몇 굽이를 넘는구나.

한 고개 넘으면 또 한 고개

지금도 아버지는 고개를

몇 개 더 넘어야 장터가 보인다고 하신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