빈 소주병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엄원용

쓰레기통 옆에 아무렇게나

버려진 빈 소주병 주둥이에서

빈 바람소리가 났다.

막장 같은 어둡고 좁은

골목길을 걸어가던 서러운 주인공이

발에 걸린 빈 병 하나 냅다 차버린다.

대굴대굴 골목길을 굴러가다가

시멘트 담장에 부딪히면서 멈춰 선다.

속을 다 비운 소주병에서

깨져 금이 가는 아픈 소리가 났다.

서러운 주인공보다 더 서러운

이리저리 차이고 깨어지는 빈 소주병

비틀거리는 새벽 한 시쯤

옆에서 찌그러진 헌 쓰레기통이

그 아픔을 멀거니 쳐다보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