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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이 우는 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시 / 향로 선 중 관


달빛이 추운 겨울밤에는
바람이 운다

물새들마저 떠난 샛강에
외로움이 쌓이고
오가는 이 없는 허허로운 강둑
바람이 흐느끼며 지나간다

서걱이는 갈대잎 사이를 휘돌아
무녀처럼 춤을 추워보고
달빛 부서지는 강물을 가슴에 안아
나신으로 애무해 보지만
다 부질 없는 일

저 시린 달빛에 기나긴 사연을 싣고
무심히 흐르는 강과
마른풀 뒤덮인 메마른 들녘

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
보이는 것은 모두 돌아앉았고
바람은 이 겨울
황량한 외로움을 못 견디어
강 언덕을 돌며 울고 있다.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월간『문학공간』2002년 2월.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.